Project/백일야행
‘백일야행(百日夜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새겨져있는 잔향같은 단어로 민화나 고전 문학 등에 있는 실제로 있는 제목으로 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거리 사진을 시작하면서 고민한 것이 남들과 완전히 다르면서 내가 해보기에 적합한 프로젝트로 밤 늦은 시간의 촬영이라고 생각했었다.
제목부터 정해야 했었는데 적합한 단어를 생각해보다 떠오른 게 백일야행.
검색을 해보니 세상에 그런 제목을 가진 작품은 없었다...(!)
그제서야 내 감각의 어딘가에 존재해온 무언가에 운명적 끌림을 느끼고 장기 프로젝트 이름으로 확정했다.
백일(白日)대신 밤을 걸으며, 내 감각의 파편들을 다시 불러오는 행위.
빛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잔상들, 눈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장면들, 그리고 색을 완벽히 구분하지 못하는 내가 분위기로만 보는 세계의 구조.
나는 사이클링 사진을 오래 찍어왔다.
속도와 에너지, 경쟁과 움직임의 세계 속에서 카메라는 나에게 '기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기록이 너무 정확하고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무감각해졌다.
도로 위에서의 위험, 부정적 시선, 업계의 무료 관행, 그리고 체력의 한계까지.
모든 게 나를 점점 멈추게 만들었고,
그 멈춤 속에서 나는 오히려 사진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백일야행은 그런 의미에서 복귀가 아니라 귀환이다.
어디론가 새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떠났던 지점으로 돌아오는 길.
빛과 어둠이 섞이는 도시의 틈을 걸으며,
나는 다시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사진으로 쓰는 기억 회로다.
눈앞의 장면을 찍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이미 존재하던 어떤 ‘파동’을 꺼내는 일.
그게 바로 백일야행이고,
이 여정을 끝냈을 때 나는 아마 조금 더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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