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밤의폭로
본격적으로 거리 사진을 시작하면서 고민한 것은 남들과 완전히 다르면서도, 적막한 밤에 카메라를 들고 방랑을 즐기는 나에게 가장 적합한 이름을 찾는 일이었다.
밤이 되면 낮 동안의 소음이 지워지고, 감춰져 있던 도시의 파편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내 감각이 가리킨 곳은 결국 밤에만 볼 수 있는 것, 즉 '폭로'의 순간이었다.
그렇게 이 장기 프로젝트의 이름을 확정했다.
낮 대신 밤을 걸으며, 내 감각의 파편들을 다시 불러오는 행위.
빛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잔상들, 눈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장면들, 그리고 색을 완벽히 구분하지 못하는 내가 분위기로만 보는 세계의 구조.
나는 사이클링 사진을 오래 찍어왔다.
속도와 에너지, 경쟁과 움직임의 세계 속에서 카메라는 나에게 '기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기록이 너무 정확하고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무감각해졌다.
도로 위에서의 위험, 부정적 시선, 업계의 무료 관행, 그리고 체력의 한계까지.
모든 게 나를 점점 멈추게 만들었고, 그 멈춤 속에서 나는 오히려 사진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밤의폭로'는 그런 의미에서 복귀가 아니라 귀환이다.
어디론가 새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떠났던 지점으로 돌아오는 길.
빛과 어둠이 섞이는 도시의 틈을 걸으며, 나는 다시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사진으로 쓰는 기억 회로다.
눈앞의 장면을 찍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이미 존재하던 어떤 ‘파동’을 꺼내는 일.
그게 바로 밤의폭로이고, 이 여정을 끝냈을 때 나는 아마 조금 더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roject > 밤의폭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밤의폭로 - 잠들지 않은 창 (0) | 2025.11.12 |
|---|---|
| 밤의폭로 - 어스름이 삼킨 비명 (0) | 2025.11.12 |
| 고독은 늘 색으로 번진다 (0) | 2025.11.11 |